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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된 꿈의 파편들이 당신에게 말을 건다, 이진한 갤러리현대 전시

2024-11-18 HaiPress

이진한 개인전 ‘루시드 드림’


갤러리현대 12월 22일까지


악기·식물·맨발로 펼친 꿈들

‘재판관과 첼리스트’(180 X 200cm) 이진한의 여러 캔버스에선 상단 좌우측을 유심히 보게 된다. 물감이 좌우 사선 방향으로 배치된,다소 어두운 영역의 물감 말이다. 그건 마치 심연의 커튼,무대의 장막 같다. 감상자는 현실 뒤 한 겹을 열고 캔버스 속으로 들어가 작가의 내면을 응시하게 된다. 그곳에 축적된 잔여물들이 온통 ‘이야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진한 작가의 개인전 ‘루시드 드림’이 최근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최근 개막했다. “내게 회화란 어둠 속 관객이 꽉 찬 연극무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의 모놀로그 퍼포먼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이진한의 붓은 사적인 기억으로 가득하다. 삶이라는 강을 건너 무의식을 들여다보기,사람들은 그걸 ‘꿈’이라 부르는데,그 꿈을 바라보면서 감상자 역시 침묵 속에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은 ‘재판관과 첼리스트’로,가을의 단풍같은 붉고 노란 색감으로 채워졌다.

유심히 보면 악기,사람,꽃다발과 같은 형체가 겹겹이 쌓여 있다. ‘무대 위에서 독백하는 연주자’의 내면을 담아낸 이 작품은,작가에게 유의미했던 사물과 감정을 하나씩 그렸다고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작가 내면 속 기억의 서랍과 같다.

‘진정한 장소’(200 X 180cm) 또 눈에 띄는 작품은 ‘진정한 장소’로 이승우 소설가의 ‘식물들의 사생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작가가 귀띔한 작품이다.

흰 나무가 양측에 놓였고,그 주변으론 꽃이 만발했다. 바라보는 순간 감상자는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 무릎을 껴안고 영원히 머물고 싶어진다. 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은 “좌절한 사랑과 고통을 식물적인 교감으로 승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으며 유럽에 진출된 이승우 대표작이다. 이진한의 붓질을 통해 ‘식물적 교감’이란 모티프는 하나의 이미지로 진화했다.

벗은 발,즉 ‘맨발’ 역시 꼭 거론돼야 할 이진한만의 모티프다.

‘네 발,두사람’이 그렇다. 꽃밭 위에 ‘포개진 네 개의 맨발’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은 낯선 이방인에게 맨발을 노출하지 않는다. 맨발을 드러냈다는 건 육체와 육체의 친연적인 접촉을 암시한다. 치부를 보여주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기. 차가운 겨울이 다가와도 그런 발상은 상상만으로 온기를 건넨다.

전시 제목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이란 ‘꿈을 꾸는 동안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깨닫는 꿈’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자각몽’이다. 흰 캔버스에 형형색색으로 박제돼 있는 이진한의 꿈 몇 겹을 차례대로 관통하다 보면,황홀한 꿈이 내면으로 전염된다. 전시는 12월 22일까지.

‘네 발,두 사람’(200 X 1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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