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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은데 우리 동네선 안 돼”…韓 데이터센터, 4년간 중지·취소만 16곳 달해

2025-02-25 HaiPress

빅테크 통큰 투자에 돌아온 건 ‘님비’


해외선 완공까지 2년이면 뚝딱


해외선 데이터센터 ‘님비’ 대신 ‘핌피’


동남아 일본 등으로 투자 유턴 우려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EPA = 연합뉴스] 2023년 10월.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국내 첫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을 포함해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에 7조8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첫 단계로 인천 서구 공업지역에 사업 규모만 5000억원이 넘고 100메가와트(㎿)급 안팎 전기가 필요한 메가급 데이터센터 건립에 착수했다. 하지만 투자 발표 이후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데이터센터 공사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업을 추진하자마자 지역구 구의원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업 일정이 밀렸기 때문이다. 투자 발표 이전인 2023년 초 용지를 매입하고 같은 해 11월 건축허가(설계 승인)를 받았지만,작년 말에야 겨우 착공했다.

비슷한 시기 AWS의 해외 데이터센터 건립 사례는 초스피드로 진행되고 있다. 속도가 생명인 첨단 기술 인프라 조성에서 한국이 여실히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AWS 말레이시아의 경우 2023년 3월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발표했고,2024년 8월에 개설했다. 투자 발표 이후 완공까지 1년 5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사업이 진행됐다. 2020년 계획을 밝힌 인도·호주의 경우 공식 개설까지 약 2년이 소요됐다. 2022년 10월 계획을 발표한 태국은 지난달 데이터센터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년(2021~2024년) 동안 추진이 중지되거나 취소된 데이터센터는 공개된 곳만 16곳에 달한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민원 이슈로 인해 건축 인허가부터 착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4.5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AWS는 당초 인천 사업 완료 후 지속적인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으면서 본사의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에 있어 현지 분위기와 민원 리스크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데이터센터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을 AI 거점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업자(CSP)가 한국을 AI 거점으로 계획했다가 최근 철회한 사례가 있다”면서 “국내 특유의 민원 리스크 때문에 일본·인도·말레이시아로 선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말레이시아에 클라우드와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에 22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싱가포르에 인접하고 싼 물가와 조세 혜택,낮은 건설 리스크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또 MS는 작년 5월 태국에 데이터센터를 준공했고 인도네시아에 향후 4년간 17억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 히타치와는 AI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해외에서는 한국과 달리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적극 유치하며 ‘님비’의 정반대 뜻인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우리 집 앞마당에 지어 달라) 현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천 = 박재영 기자 / 서울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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