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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문제없다지만…칼 버리는 호반그룹 [스페셜리포트]

2025-07-01 IDOPRESS

숨 가쁜 통합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처지가 됐다. 입법권을 사실상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속도감 있게 재추진하고 있는 점도 껄끄럽다. 단기간 정면 충돌 가능성은 낮지만,재계에선 한진칼 2대 주주 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불거질 수 있단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현재 대한항공 측은 미국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을 더해 약 46%를 확보했다. 우호 세력이 더 있어 2차 분쟁이 벌어져도 조원태 회장 측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백기사를 포함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40% 중반을 넘는 만큼,현재로선 호반 측이 표대결을 벌이더라도 승기를 잡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시장에서는 조 회장 측 직접 보유 지분이 20% 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불안 요소로 지목한다. 현재 호반 측 한진칼 지분율은 약 18.5%로 조 회장 측과 격차가 1.5%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다.

호반그룹 사옥 (호반그룹 제공) 대외 변수가 조 회장 측에 다소 불리하게 돌아가는 점도 긴장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위한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3% 룰 확대 등이 포함됐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의무화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어 대주주를 견제할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소수 주주가 바라는 이사를 이사회에 진출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 한진칼은 정관에 따라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상법 개정안 통과 땐 호반그룹이 지분율을 기반으로 이사 선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호반이 특정 인물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회에 대리인을 진입시킨다면 조 회장 경영권에 실질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따른 ‘3% 룰’ 확대도 조 회장에게 부담이다. 기존에는 감사위원 1명에만 적용됐던 규제가 개정안 통과 땐 2명으로 확대되며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합산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조 회장과 조현민 사장,이명희 고문 등 총수 일가가 각자 3%씩 나눠 우호 지분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런 방식은 무력화된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경영권 향배를 짐작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이 마무리되면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형태로 공개 입찰 방식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최고가를 써낸 원매자가 지분을 가져간다. 산업은행 지분 전량을 호반이 확보한다면 지분율은 30%에 육박한다. 이 경우 한진그룹은 사실상 2차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금력에서 호반그룹이 압도적 우위라는 점도 조 회장 입장에선 껄끄럽다. 호반그룹 보유 현금은 7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신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이 사모펀드로 보유한 한진칼 지분 약 9% 만기도 오는 8월 말로 예정돼 있다. 이 지분 향방 역시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들 사모펀드 출자 기업은 대체로 조 회장과 사적 친분·사업상 협력 관계로 얽힌 곳으로 파악된다.

익명을 원한 항공 업종 애널리스트는 “독과점 지위를 확보한 국적 항공사 경영권이 눈앞에 있는데,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호반 입장에선 비용 소모가 집중되는 통합 초반보단 안정기에 접어들 시점에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5 (2025.06.25~07.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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