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6 HaiPress
◆ 혁신기업 성공사례 ◆
뉴원 이율범 대표. [사진제공 = 뉴원] 비즈니스모델을 바꾸고,사업을 다각화하고,2년 넘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중소기업이 있다. 바로 ㈜뉴원이다. 2005년 전기공사 자재 납품업으로 시작해,요즘엔 전기-통신-소방 기자재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환경장치 제조업으로도 진출했다. 자재 납품업에서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꾸고,아울러 환경 장치 제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이다.
메인비즈협회(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는대기업 못지않게 혁신경영을 주도하는 뉴원 이율범 대표를 ‘이달의 혁신기업인’으로 선정했다. 메인비즈협회(협회장 김명진)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월 혁신기업인을 선정하고 있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이율범 대표(64)를 수원시 서둔로에위치한 본사에서 만났다.
-전기공사 관련 기자재 유통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만 20년이 됐는데요. ‘전기-통신-소방 기자재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면서요.
이 대표: 기자재 유통업은진입하기는 쉽지만 규모경제를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많습니다.업종 특성 때문에 영세 기업들이 대부분이지요. 매출을 확대하려면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비수기와 업황의 변동성 때문에 증원이 쉽지 않거든요. 이런 이유 때문에 저희도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답니다.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유통 플랫폼 기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잉여자재 재활용 플랫폼’ 구축을 1차 목표로 삼고 진행 중입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올해 안에 마무리될 겁니다.
-‘잉여자재 재활용 플랫폼’이란 어떤 건가요.
이 대표: 건설업체들은 쓰고 남은 전기공사 관련 기자재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다른 건설 현장에서사용하기 위해 남은 기자재를 창고에 보관하기도 하지만,여유공간 부족으로 고물상에 팔거나버리기 일쑤지요. 수요자 입장에선 관련 정보가 없기 때문에 재활용이 쉽지 않아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잉여자재 재활용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마음먹었지요. 마침 환경부의 국책사업에 선정돼 탄력을 받고 있답니다. 이 플랫폼이 완성되면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보할 수 있고,아울러 온오프라인 영업이 가능해져 기존 유통업도 잘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통업에서 친환경 장치제조업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대표: 지속가능경영 문화를 사내에 전파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건의로 친환경 제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직원들을 믿고 과감히 사업전환을 추진했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오염물질을 모니터링 하고,그 정도를 측정하는 환경 감지 장치와 배기 장치를 만들어서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인 ㈜모원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외부에서 생산하고,저희 안양공장에서 조립과 제품 성능검사만 하고 있지만,조만간 자체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미 화성시에 새로운 공장 부지를 확보했고,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사업전환’인증까지 받았습니다. 자체 브랜드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B2C(기업-소비자) 영업이 가능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전기공사 관련 기자재 유통업체가 ‘잉여자재 재활용 서비스’와 친환경 장치 제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고 계신데,어떻게 이런 변신을 할 수 있었는지요.
이 대표: 전기공사 관련 기자재 유통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많았습니다. 현상 유지는 고작하고,매출이 줄어들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운영하다가는 지속가능성장은커녕 생존도 힘들겠다 싶어 돌파구를 찾고 있던 상황에서,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컨설팅 제안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2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당시 컨설팅을 해줬던 신철 경영지도사(아이티씨지 대표이사)가 ESG경영을 제안하더군요. 그때부터 이쪽 분야에 눈을 뜨게 됐어요. 변신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회사 이름을 뉴원전기에서 뉴원으로 변경했고,2023년엔 ESG경영 선포식까지 했습니다. 컨설팅을 받은 이후 회사다운 면모를 갖추게 된 것 같아요. 잉여자재 재활용 서비스와 친환경 장치 제조업으로의 진출도 ESG경영 컨설팅을 받은 덕분에 가능했답니다.
-전기공사 관련 기자재 유통업으로도 얼마든지 만족하면서 살 수 있었을 것 같은데,굳이 새로운 사업을 벌리고 무엇보다도 제조업에 뛰어든 도전정신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궁금합니다.
이 대표: 법인도 하나의 인격체잖아요. 지속가능 성장은 회사의 의무이며 책임이라고 봐요. 회사 대표가 물러나도 기업은 영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 게 ESG경영이었고,회사가 흔들림없이 성장하기 위해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잉여자재 재활용 서비스와 친환경 자재 제조는 회사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서 필요했고,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이제야 회사가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기니,큰 숙제를 마무리한 듯합니다. 지인들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매번 물어봐요. ‘사장님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세요’. 그럴 때마다 대답하죠. ‘나 자신을 위해 일할 뿐입니다’. 회사의 영속성에 의문을 품게 되면 제 마음이 편하지 않거든요. (웃음)
뉴원 이율범 대표. [사진제공 = 뉴원] 주요이력
61년생/ 인하대 전기과/ 92년 ~ 96년 세기기공 부장/ 96년~ 98년세기기전 부장/2005년 9월 ~2010년 8월 뉴원전기대표/ 2010년9월 ~ 현재 ㈜뉴원 대표이사
◆ ‘이달의 혁신기업인’,이율범대표는 누구?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게 나중에 알고 보니 일종의 경영혁신이더군요.”
스스로가 ‘전기 공돌이’를 자처하는 이율범 대표는매 순간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사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만 20년을 맞았지만,한시도 위기와 싸워보지 않은 해가 없었다. 그때마다 그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았다.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싸우다 보면,그때마다 귀인이 나타나 큰 힘이 되어주곤 했습니다”.
첫번째 귀인은 신용보증기금이었다. “사업 초기 운전자금이 부족해 월 2%가 넘는 사채를 써가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어요. 뜻밖에도 신용보증기금이 1억원을 빌려주더군요. 그 덕분에10평에 불과했던 매장을 30평으로 늘릴 만큼 기반을 잡을 수 있었답니다.”
처음엔 개인사업자로 시작했고,5년 후 법인으로 전환했다. 취급 품목이 많아졌고,납품처도늘어났다.창업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매출이 70억원 정도 됐을 때 위기가 찾아왔다. 직원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고,매출도 확 꺾였다. “매출과 직원 수가 늘었는데도,그에 걸맞은 조직관리 능력이 뒤따라 주지 못했던 겁니다.” 위기의 원인이 내부에 있다고 판단한 이 대표는 조직 정비에 나선다.
두번째 귀인은 조청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직원들이었다. 이 대표는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외부수혈을 결심했다. 과거 인연이 있었던 조청오 현 COO에게 손을 내밀었고,그의 합류와 함께 회사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매출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친환경 자재 제조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도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세번째 귀인은 정부 부처였다.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도움이 없었다면 혁신경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이 대표 생각이다. 환경부의 ‘녹색자산유동화 사업’에 선정되면서 환경설비 제조업체로 변신할 수 있었고,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전환계획’ 승인에 따라 사업 다각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 대표가 혁신경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처럼 외부의 도움이 컸다. 또한 조직 구성원들의 헌신도 큰 몫을 차지했다. 이 같은 외부도움과 내부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대표의 경영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혼자 힘으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어요.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여러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답니다.”
이 대표에게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란 속담의 진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장,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