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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계(竹溪)에서 꿈을 찾다: 이백과 육일(六逸)의 은거 시간을 마주하기

2025-12-22

죽계(竹溪)에서 꿈을 찾다: 이백과 육일(六逸)의 은거 시간을 마주하기

조래진(徂徕镇)의 동남쪽 모퉁이, 약 2리 떨어진 곳에는 수려하게 솟은 독수봉(独秀峰)이 고요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세는 맑고 험준하며 숲과 골짜기는 깊고 아득한데, 그 산자락 끝에는 평범한 듯하나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품은 건축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작서방(作书房)’ 이며, ‘죽계암(竹溪庵)’이라고도 불리는 곳입니다.

이곳은 화려하게 드러나 있지 않으나, 당대의 시혼(诗魂)과 당대의 문인들이 모여들었던 곳입니다. 이백을 비롯해 공소부, 한준, 배정, 도면, 장숙명, 여섯 사람은 이곳에 함께 은거하며 대숲 계곡을 일구고, 샘과 바위를 벗 삼아 시를 읊었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죽계육일(竹溪六逸)’이라 부릅니다.

저잣거리의 소란에서 멀어져, 그들은 대나무를 벗 삼고 시냇물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백은 그의 시 <송한준배정공소부환산(送韩准裴政孔巢父还山)>에서 “어젯밤 꿈속에서 돌아가 보니, 구름은 죽계의 달을 어루만지고 있구나”라고 읊조렸습니다. 이 짧은 두 구절 속에는 시냇물과 달이 어우러지고 구름과 대나무가 빚어내는 즐거움의 은거 풍경이 담겨 있으며, 그 시절을 향한 시인의 깊은 그리움 또한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이곳은 비록 몇 칸의 초가와 한 고요함뿐인 곳이나, 중국 시문학사에서 가장 낭만적이고도 찬란했던 한때가 꽃피었던 자리입니다.

죽계암 주변에는 푸른 대나무가 겹겹이 우거지고, 맑은 시냇물은 영롱한 소리를 내며 흐릅니다. 바람이 스칠 때면 대나무 소리는 속삭이듯 울리고, 달빛 아래 시냇물의 그림자는 한 편의 시가 됩니다. 그 안으로 발을 내디디면 세상의 소란은 다 멀어지고, 오직 샘물 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만이 귀를 채웁니다. 창가에는 푸른 대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이 깊은 고요는 그들의 문학적 영감을 길러냈을 뿐만 아니라, 이곳을 자연의 영성과 인간의 온기가 어우러진 은거의 성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시를 논하고 산수를 거닐며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겼고, 그 흔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깊은 문화적 각인을 새겨 놓았습니다.

시간은 흘러 죽계암은 여러 차례 보수와 정비를 거쳤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욕심을 멀리하고 산수를 벗 삼던 그 정신만은 여전히 댓잎 하나하나에, 시냇물의 한 줄기 소리 속에 조용히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역사 유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의 창과도 같습니다. 그 창을 통해 우리는, 시인이 자연과 함께 숨 쉬던 그 시대를 바라볼 수 있고, 고요를 향한 동경과 자유를 숭상하는 중화 문화의 미학적 추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조래진을 방문하신다면, 작은 길을 따라 독수봉으로 향해 가 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의 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대나무 숲을 눈에 담으며, 시냇가에 잠시 멈춰 서 보세요. 어쩌면 어느 찰나의 순간, 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그 맑고도 고아한 달빛과 조용히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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