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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억을 조각으로 빚다

2025-01-26 IDOPRESS

김종영미술관 임송자 초대전


인물상 '컨템퍼러리' 연작 등


주요 조각작품 20여점 망라

"나는 어디서든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며 느껴지는 삶 속에서 얻어진 소소한 이야기로 내 작품의 주제를 삼는다."


원로 조각가 임송자(83)의 조각은 대부분 인물상이다. 손으로 흙을 붙이고 주물러가며 평범한 동시대 사람들의 형상을 빚은 그는 일상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람의 모습과 감정을 기억하고자 했다. 작품은 학교 친구,조카 등 주변 지인들에서 출발해 경직된 사회 규범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성,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재난 현장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사람들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로 뻗어나갔다. 때로는 억압과 불안이었고,때로는 환희와 아름다움이었다. 그것은 임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임송자 작가(전 중앙대 조소과 교수) 초대전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3월 2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우리 주변의 동시대 사람들 모습을 기록한 임 작가의 '컨템퍼러리(Conremporary)' 연작을 중심으로 임 작가가 특별히 기억하는 인물과 사건을 조형한 작품 2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3층 전시실에는 가톨릭 신자인 작가가 성서에 기반해 완성한 '십사처' 연작 등 성상들도 전시됐다. 전시작은 두 점의 돌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흙과 밀랍으로 제작한 테라코타와 브론즈 부조 작품으로,작가 특유의 손길을 살펴볼 수 있다.


임 작가는 1963년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생업으로 교편생활을 병행하며 작가로 활동하다 1976년 다소 늦은 나이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한국 미술계는 프랑스 파리,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동시대 양상에 집중하며 서양 미술을 수용했던 반면,임 작가는 이탈리아 로마 미술 아카데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서양의 전통 조각 방식을 체득하는 데 집중했다. 다만 전통적인 조각은 표면을 매끈하게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임 작가는 손으로 흙을 붙인 거친 표면을 살린 채 작품을 완성하는 등 자기만의 예술 언어를 구축했다.


'컨템퍼러리 96'(1996). 김종영미술관

대표작인 '컨템퍼러리' 연작은 임 작가가 유학시절 이탈리아 북부 라벤나에서 단테를 기념해 열린 전시를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단테의 서사시 '신곡'을 읽고 작품으로 표현하는 게 학교 과제였는데,이탈리아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작가는 고전이 오늘날에도 영향력을 미치며 여전히 유효한 이유에 중점을 두고 고민했다. 그렇게 여러 동료의 얼굴을 콜라주하듯 붙여 만든 '컨템퍼러리'(1978)는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1층과 2층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컨템퍼러리' 연작 역시 팔을 걷어붙인 아낙네,쭈그려 앉은 남자아이 등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관객에게 친숙하게 말을 건다. 작품의 인물들은 항상 먼 곳을 응시한다.


임 작가는 60년 동안 한결같이 인체 조각,그중에서도 소조 작업에 전념했다. 돌이나 나무를 끌과 정으로 깎아 만드는 조각과 달리 소조는 일일이 손으로 흙을 붙여가며 형상을 만든다. 전시장에서 만난 임 작가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작업을 했다. 약체로 태어나 손에 힘이 없다 보니 표면이 거칠게 표현이 됐는데 그게 내 스타일로 자리를 잡았다"며 "모든 작품은 나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의 크기가 대부분 한 아름 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고만고만한 이유는 평생 큰 작업실을 얻어본 적이 없어서다. 안양의 한 고교 강사로 일할 때는 작은 방을 작업실로 썼고,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작업을 병행했다. 그는 작가 노트에 이렇게 썼다. "'나무는 다시 살아나는데….' 어머님께서 봄에 새싹이 돋을 때 혼자 조용히 말씀하셨다. 서울대 교강사실에서 창밖의 봄 풍경을 바라보시며 '몇 번이나 이 봄을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선생님들 말씀에서 '봄이 오는 소리'는 시작됐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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