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6 IDOPRESS
정국불안에 일정도 못잡아
리더십 공백 장기화될 우려
저축은행중앙회장 임기가 3주 남은 가운데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이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종에 건전성 제고와 수익률 개선 등 과제가 산적한 데다 중앙회의 리더십마저 부재하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16일 만료된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차기 회장 선거 일정을 결정하지 못했다.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는 당국과 중앙회가 협의를 통해 선거일을 결정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선거일 14일 전에 공고를 내고,선거 일주일 전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 추천을 받는 식이다.
첫 단추인 선거일 확정이 이뤄지지 못한 건 국내외의 불안한 정치 상황 속에서 당국이 2금융권 중앙회장 선거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역대 저축은행중앙회장 17명 중 14명이 관료 출신이었다는 점도 선거 일정이 미뤄지는 이유라고 본다. 관료 출신 인사 중에 후보를 낼지 결정하기 위해선 정권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데 혼란한 정국 때문에 관련 논의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가 지나치게 늦어지면 저축은행 업종에 미칠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저축은행 업계는 어느 때보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단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을 비롯한 전체 금융권의 PF 사업장 정리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 각각 1조2000억원 규모로 정리됐으나 11월은 5000억원,12월은 6000억원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당국에서 오는 3월 말까지 누적 7조4000억원의 신속한 정리를 목표로 삼은 가운데,저축은행은 부실 PF 사업장 비중이 큰 편이라 주도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주도권을 갖고 전체 79개 회원사의 부실 PF 정리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에도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형편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나날이 더 많은 서민이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어서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중·저신용자에게 주로 나가는 중금리대출 상품이 지난해 4분기 총 2조6091억원이나 판매돼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증가했다. 저축은행은 서민 대상 상품을 적극 공급하면서도 더욱 체계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차기 회장이 정해지지 않으면 임시로 회장직을 연장해 수행하게 돼 있다. 다만 일종의 대행 체제이기 때문에 역할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