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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위기일 때, 과학자도 목소리 낼 수 있어야”

2025-06-03 IDOPRESS

한국과학기술학회 라운드테이블


주요 현안에 발언해야 한다는 자성 나와


과학자들,정부에 찍힐까봐 발언 꺼리기도


“한림원,과총 등 단체가 목소리 내야”

지난달 31일 한국과학기술학회가 ‘과학자는 말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학회] 과학자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나왔다.

한국과학기술학회는 지난달 31일 KAIST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과학자는 말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 모인 과학자들과 과학기술학 연구자들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2024년 KAIST 졸업식 사태,계엄령 선포 등의 사건에서 과학기술계가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돌아보고 토론했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계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2023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대표적이고,이후 KAIST 졸업식에서 졸업생이 대통령에 항의하다가 내쫓기는 사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비판 성명이 나왔을 뿐,집단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과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자들이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박범순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KAIST 학생이 졸업식 때 끌려나갔을 때,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성명서를 내려고 했으나 내부에서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학교 내에서는 “교육자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게 맞냐”는 반문이 나오기도 했고,어떤 교수는 “논의에 참여하기조차 싫다”며 자신을 기록에서 제외해달라고 항의했다. 결국 ‘졸업식 입틀막 사태’에 대해 KAIST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내지 못했다.

박 교수는 “그때 우리가 침묵했기 때문에 결국 계엄까지 치달은 게 아닌지 반성한다”며 “후대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KAIST 교수들은 성명서를 작성하고 교수 과반의 동의를 얻어 이틀 만에 계엄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랜 시간 사회 현안에 대해 발언해온 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과학자야말로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학은 민주주의적 속성을 갖고 있다”며 “과학이 중시하는 합리적 의심,실증적 태도,정량적 사고,증거에 기반한 집단지성 등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과학자도 공화국의 시민이기 때문에 전문가적 정체성과 시민적 정체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가 2016년 설립한 ‘변화를 위한 과학기술인 모임(ESC)’은 박근혜 정부,문재인 정부,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정부 행보에 대해 꾸준히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그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연구할 때 가장 행복해하는 과학자들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 일본 물리학자 마스카와 도시히데의 발언을 인용하며 과학자의 사회 참여를 강조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스카와 도시히데는 “무책임한 과학이 전쟁을 초래했다”고 말한 반전주의자로도 유명하다.

과학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개인의 성향 문제라기보다 R&D 정책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R&D 과제를 정부가 주도하는 한,연구자들은 정부에 찍히는 걸 우려해 소신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기상 국회 정책보좌관은 “일부 기획 과제에서는 암암리에 배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회에서 보면 과학자들의 성명이 큰 힘을 갖는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같은 과학기술계의 상층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해도 상층부 단체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그런 단체가 먼저 의견을 제시하면 다른 과학자들도 발언하기가 수월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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