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0 HaiPress
日서 1000만 관객 모은 '국보'
전통예술 가부키 소재 삼아
예술의 의미·본질 탐색한 걸작
中서 8000만 관객 '난징사진관'
난징대학살 비극 되짚으며
사진과 역사기록의 힘 사유

일본 영화 '국보'의 한 장면. NEW
한국 영화의 연이은 부진으로 극장가에 한파가 들이닥친 가운데 일본 열도와 중국 대륙을 열광시킨 두 편의 흥행작이 11월 한국을 찾는다. 무려 8000만명의 중국 관객을 극장에 모으며 기념비적 흥행 실적을 거둔 영화 '난징사진관'과 일본 1000만 영화 반열에 오르며 '걸작 중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 '국보(國寶)'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 극장가에서 일본과 중국 흥행작이 맞붙는 격. 두 영화를 극장과 최근 국내외 영화제에서 살펴봤다.
'국보'는 400년을 이어온 일본 전통예술 가부키에 관한 작품으로 '일본판 패왕별희'란 수사가 가능한 영화다.
야쿠자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기쿠오는 흰 눈 내리던 날,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고아 신세로 전락한다. 소년은 가부키 명문가의 한지로에게 거둬져 견습생으로서 가부키 배우의 길을 걷는데,그에겐 놀랍게도 광기에 가까운 재능이 숨겨져 있었다. 문제는 세습을 원칙으로 삼는 가부키 문화에서 기쿠오는 이방인이자 외부인일 뿐이란 점이다.
한지로의 후계자이자 친아들인 슌스케가 기쿠오의 라이벌이다. 가부키 전통가에서 대를 잇고 태어난 슌스케의 '혈통'에 기쿠오의 '더러운 피'는 비견할 수조차 없다. 일생의 적이자 서로의 거울인 두 사람은 가부키계 '국보' 타이틀을 놓고 같은 길을 간다.
'국보'는 혈통과 재능이란 상반된 두 가치 가운데 '누가 진정한 예술가이고,예술을 완성하는 조건은 과연 무엇인가'란 주제로 나아간다. 이는 영화 '국보'를 연출한 이상일 감독의 삶과도 유관해 보인다. 이 감독은 재일한인 3세로 그의 생애와 영화예술가로서 삶 역시 이방인의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1974년 일본 니가타현 출생인 이 감독은 어린 시절 요코하마시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부키 예술의 기쿠오,영화 예술의 이 감독은 묘하게 겹쳐 보인다.
올해 제78회 프랑스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국보'는 한 나라당 한 편만 출품이 가능한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의 2026년 일본 출품작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내년 3월 오스카 트로피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 삼은 영화이기도 하다.

중국 영화 '난징사진관'의 한 장면. 콘텐츠존
영화 '난징사진관'은 아시아의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1937년 난징대학살을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당시 중국 수도 난징에 입성한 일본군이 6주간 중국인 30만명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국뽕'과 '신파'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이 영화가 가진 차별점은 일본군의 총칼에 따른 눈물과 울분을 전면화하는 대신 '기록'으로서 사진의 의미를 조심스럽게 다룬다는 점이다.
때는 1937년,주인공 아창은 일본 종군기자 이토 히데오의 강요로 난징의 한 사진관에 도착한다. 도시 난징은 죽음의 비명으로 가득했고,양쯔강은 시체와 피로 뒤덮인 시절이었다.
아창의 직업은 우편배달부였지만 그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사진관에서 필름 인화 역할을 맡게 된다. 인화된 사진 속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본군의 만행이 기록돼 있었다. 소시민 아창은 자신에게 주어진 필름을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욕망을 품게 된다. 기록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곧 역사로 전환됨을,이렇게 생성되는 역사의 윤리를 이 영화는 힘주어 말한다.
영화는 난징대학살 당시 뤄진이란 이름의 15세 소년이 겪은 실화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장교가 필름 두 롤을 현상하러 왔고 뤄진은 살인과 강간 장면을 확인한 뒤 필름을 비밀리에 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전범 재판에서 유죄 증거로 사용됐다고 외신은 기록한다. '난징사진관' 역시 오스카의 중국 대표 출품작으로 확정됐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