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4 HaiPress
“빌리 역의 김승주 연기는 기적과도 같은 사건”
“임선우 연기 아름다워…10분만 봐도 표값 한다”
“엘튼 존,한국 공연 잘 만들어졌다고 매우 기뻐해”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뮤지컬을 동시에 연출한 감독 스티븐 달드리. 신시컴퍼니 “김승주 군의 빌리 연기는 기적에 가까웠다. 배우들만으로도 이 공연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감독하고 뮤지컬 연출도 맡은 스티븐 달드리가 14일 서울 삼청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네번째 시즌 공연을 두고 이와 같이 말했다. 한국 공연을 계기로 처음 방한한 달드리 연출은 영화 ‘디 아워스’,‘더 리더’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빌리 엘리어트’ 영화(2001)와 뮤지컬(2005),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연극 ‘기묘한 이야기: 더 퍼스트 섀도’를 연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네 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 프로덕션에 대해 “오랜만에 봐서 감정에 복받치는 경험을 했다”며 “모든 배우가 세계 수준급이었다”고 했다. 그가 비영어권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달드리 연출은 AI로 인한 노동 환경 변화와 이 작품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당연하죠(big time). 우리는 아직 이 변화의 시작점에 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달드리 연출은 “서구 세계는 앞으로 5년간 급진적으로 변화할 것이고 큰 승자가 있는 만큼 크게 지는 사람들도 생긴다”며 “영화업계만 봐도 애니메이션·특수효과 분야 일자리가 2년 안에 사라질 것이다. 일자리가 경보 수준의 속도로 없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탄광업이 사라지면서 한때 자랑스러운 공동체들이 이제 유럽에서 가장 소외된 지역으로 전락했다”며 극 중 탄광 공동체의 이야기가 현재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뮤지컬을 동시에 연출한 감독 스티븐 달드리. 신시컴퍼니 달드리 연출은 이 작품을 “한 공동체에 대한 애도”라고 규정했다. 뮤지컬 마지막 장면에서 광부들이 탄광으로 복귀하는 모습에 대해 “무덤으로 들어가는 듯한 장면으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삶의 방식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배우들에 대한 극찬도 이어졌다. 달드리 연출은 드레스 리허설에서 성인 빌리 역의 임선우를 보고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웠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레리노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고 했다. 임선우는 2010년 초연 당시 소년 빌리를 연기했다가 이번 시즌 성인 빌리로 돌아온 발레리노다.
달드리 연출은 “작품의 서사가 현실에서 이루어진 기묘하고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가슴이 먹먹했다”며 “그는 천재다. 10분만 보러 오셔도 표값은 한다”고 강력 추천했다. 빌리 역의 김승주에 대해서는 “기적 같은 사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방한 기간 엘튼 존과도 통화를 나눴다. 뮤지컬 제작을 처음 제안하고 작곡을 맡은 엘튼 존은 영화의 칸 첫 상영 때부터 이 작품과 함께한 인물이다. 달드리 연출은 “한국 공연이 정말 잘 만들어졌다고 말해줬더니 매우 기뻐했다”고 전했다.
달드리 연출은 공연의 가치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고립되어 갈수록 함께 모여 같은 경험을 나누려는 욕구는 더욱 강해진다”며 “영화관은 죽어가는 예술 형태가 됐지만 영국에서 뮤지컬과 연극은 그 어느 때보다 인기”라고 했다.
공연 전날 무대에서 진행된 고사에 대해서도 인상을 전했다. 그는 “런던에서도 한국 고사를 모방한 세레모니를 한 적이 있다. 극장의 신들이 공연을 돌봐주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들었는데,실제로 보니 놀랍고 좋았다”고 했다. 한편 연극판 ‘기묘한 이야기’ 연출도 맡고 있는 달드리는 “한국에 꼭 가져오고 싶다”고 밝혔다.